Why iPhone?
2년전, 첫 iPhone이 출시되었을 때 기자들은 아이폰의 UI가 뛰어나다느니 디자인이 뛰어나다느니 등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의 핵심은 UI도, 제품의 디자인도 아니다.
2009년 봄, 그러니까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전자과 강연 연사로 LG 전자의 모 사장님이 왔었다.
그분은,
"최근 출시한 LG 아레나폰이 외신에서 아이폰 보다 뛰어난 UI를 가졌다고 평가받았다."
라는 말과 함께 아레나폰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레나폰은 과연 몇대나 팔렸는가.
아이폰을 사는 사람들은 다른 스마트폰의 UI가 뛰어나던, 배터리 시간이 2배 길던, CPU가 빠르던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현대차가 "쏘나타는 독일차보다 엔진이 더 조용해요!" 라고 외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아무런 호소력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iPhone의 성공요인을 나름대로 압축하자면
첫째로, iPhone은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모바일 컴퓨터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다거나,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이 아닌 일상적인 작업의 대부분은 아이폰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는 양질의 하드웨어, OS, 인터페이스가 어우러져 기기의 사용성을 최대한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OZ폰 등 국내에도 full-browsing이 가능한 핸드폰이 있었다. 하지만 극악의 속도와, UI는 사용성이 높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둘째로, AppStore에서 제공되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때문이다. 시시껄렁한 게임에서 부터 그럴싸한 프로그램까지 다양한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1명 혹은 2-3명의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되었다. 작년 봄 나는 애플의 AppStore 발표 때부터 애플 AppStore가 성공을 거둘 것이며 이것이 iPhone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정작AppStore에 대한 기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의외였다.
결국 1년반이 지난 지금 아이폰은 AppStore에 넘쳐나는 10만여개의 소트프웨어로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신만의 장벽을 쳤다.
Tstore가 빠진 함정
이 와중에 SKT는 iPhone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사의 Tstore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Tstore에서 파는 어플리케이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결정을 한것인지 의심스럽다. (최근 그들도 티스토어의 현실을 자각하였는지 삼성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예전에 SKT와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 SKT 임원들이 "1조원 시장이 아니면 쳐다보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신규 사업을 하려면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과연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최우선적으로 해야한다. 그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점차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10억 시장이 100억이 되고 결국 1조원 규모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규모 따지기에만 급급해 눈가리고 아웅하듯 구색만 갖추면 위와 같은 Tstore의 모습이 된다.
사실 애초부터 Tstore는 성공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수십만명, 수백만명의 개발자가 고민해서 쏟아내는 10만여개의 소프트웨어를 자사와 연관된 몇몇 회사, 그리고 켐페인을 통해 꼬신 순진무구한 개발자 몇명으로 어떻게 막겠다는 말인가.
하지만 문제는 Tstore가 빠져든 함정에 삼성 앱스토어 등의 많은 앱스토어 모델이 똑같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사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선적으로 큰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며, 3rd party 개발자들이 쉽게 자신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OS와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회사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Android vs. iPhone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세간의 화두인 "안드로이드냐, 아이폰이냐" 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 또한 안드로이드 등장 당시 언젠가는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 시장을 지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치 과거의 PC와 Mac의 역사를 다시 쓸 것처럼 보였기 떄문이다. 물론 현재 여론은 시간의 문제이지 안드로이드가 결국 시장을 지배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막연히 "오픈 플랫폼과 폐쇄 플랫폼 간의 경쟁에서 오픈 플랫폼이 이길 수 밖에 없다." 라는 분석은 나무나도 일차원적이다.
물론 안드로이드만의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반 애플 연대(?) 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삼성, LG, 모토로라 등등의 수많은 휴대폰 제조사는 결국 안드로이드라는 OS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들은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를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장미빛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1) 다양화
이는 모든 의미에서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단순히 키보드의 유무, 디자인, 크기 등을 떠나서 가장 우선적으로 가격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보면 딱히 아이폰에 비해 저렴한 안드로이드 폰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이 아이폰과 매우 유사한 크기의 터치 입력 방식 스마트폰이다. 제품의 속성의 측면에서, 가격적 측면에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화된 하드웨어가 안드로이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2) Android Market의 활성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더 많은 신규 사용자를 부르고, 사용자의 증가는 결국 많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한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어플리케이션의 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문제이다.
3) SDK와 인터페이스 컴포넌트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와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은 매우 떨어지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어째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애플은 Interface Builder 라는 강력한 툴을 통해 자사가 개발한 인터페이스 컴포넌트들을 고스란히 제공한다. 이는 개인 혹은 2~3명의 개발자로 이루어진 팀에게 UI 디자인이라는 장애물을 없애준다. 아무런 디자인 경험 없이도 애플이 만들어 놓은 컴포넌트들을 드래그 & 드롭하여 쓰면 되기 떄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강력한 인터페이스 스탠다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발자들은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인터페이스를 밑바닥부터 새로 디자인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적, 시간적 측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인터페이스를 만들게 되고, 지금처럼 아마츄어 수준의 인터페이스를 가진 어플리케이션들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무작정 자유도를 높여주는 것보다 일단 좋은 스탠다드를 제공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Who will survive?
나 또한 안드로이드가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정말 Market Domination의 수준으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시장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안드로이드가 풀어야할 숙제가 아직은 너무 많다.
단순히 오픈 플랫폼이기에 성공한다면, 왜 여태 PC OS 시장에서 윈도우즈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지 생각해보자.
2005년쯤 모두들 도요타의 경영을 배우자고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도요타의 경영 방식을 설명하는 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닥치자 도요타는 큰 적자를 냈고, 아우디는 되려 순이익이 성장했다.
이렇듯 모든 시장의 규칙은 끊임없이 변한다.
역사는 교훈을 주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과거에도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것." 이라는 예측까지 해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 이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고 끝내야 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누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
"아이폰 애플2처럼 쉽게 무너질까?" - ebuzz (볼만함 ㅇ_ㅇ!!!)
"왜 아이폰 UX 에 놀라는가?" - zdnet
"삼성 '바다'에 대한 앱 개발자의 쓴소리." - bloter